부자일수록 세금 더 내라” 강요했다가…억만장자들 줄줄이 짐 싸서 떠났다는 ‘이곳’

영국 파운드화와 미국 달러화. EPA연합뉴스재정난을 해결하고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는 각국 정부가 부유층 증세에 나서자 슈퍼리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금 유출이 심화되며 증세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영국에서는 억만장자들의 이탈로 1200억파운드(한화 약 21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 출신 철강 재벌 락시미 미탈이다. 그는 지난해 세법상 거주지를 영국에서 스위스로 변경했으며, 이 과정에서 300억파운드(한화 약 53조원)가 넘는 순자산이 영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주요 납세자 중 한 명인 헤지펀드 매니저 크리스 로코스 역시 그리스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의 이탈을 부추긴 배경으로는 영국 정부의 세제 개편이 지목된다. 영국은 지난해 4월 200년 넘게 이어온 비거주자 과세 특례인 ‘논돔(non-dom)’ 제도를 폐지했다. 영국에 살면서도 세법상 주소지나 영구 거주지를 해외에 둔 ‘논돔’들은 영국 내 소득에 세금을 내더라도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영국으로 들여오지 않으면 과세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영국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최초 4년 동안 해외 소득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 뒤,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
증세를 둘러싼 갈등은 다른 나라에서도 반복됐다. 프랑스에서는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이 최고세율 75%의 부유세 도입 방침을 밝힌 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프랑스 최고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도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계획을 접었다.
노르웨이에서도 중도좌파 정부가 2022년 11월 부유세율을 높인 뒤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잇따랐다. 영국 가디언은 “2022년 한 해에만 노르웨이의 억만장자와 백만장자 30명 이상이 해외로 이주했다”라고 전했다. 이는 앞선 13년 동안 해외로 떠난 초고액 자산가 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증세가 반드시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는 부유층의 반발 속에 도입한 부유세가 기대만큼 세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2015년 해당 제도를 폐지했다. 재정 확충을 위해 세율을 높이더라도 과세 대상의 이탈이 커지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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